Flaming June

프레드릭 레이튼이란 화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위의 Flaming june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말 그대로 숨이 멎는 기분이였습니다. 이토록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라니.

태양이 작렬하는 6월의 오후같은 붉은 오렌지빛의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습니다. 얇은 드레스 밖으로 훤히 비치는 여인의 나체는 누드화보다 관능적이며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곤히 잠든 여인의 새근새근 한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릴 것 같습니다. 

 

이 그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960년대 뮤지컬음악의 대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어린 시절. 킹스로드의 한 상점에서 이 그림을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 사고 싶었지만 수중에 £50가 없어서 살 수 없었습니다.  이 그림이 꼭 가지고 싶었던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여기저기 돈을 꿔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의 할머니에게 말했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쓰레기를 내 아파트에 들이지 않을 거야." 당시는 빅토리아풍의 그림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평가절하되었던 시기입니다. 그 사이 Flaming june 은 푸에트리코의 폰세미술관 소유가 되었습니다. 훗날 성공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폰세미술관에 찾아가 자신에게 그림을 팔라며 £6,000,000를 제시했지만 폰세미술관은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레드릭 레이튼(1830-1896 영국)은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없이 자랐으며 런던, 독일, 파리 등지에서 미술교육을 받았습니다.

Selfportrait

1852년 로열아카데미에 출품한 '치마부에의 마돈나'(Cimabue's Celebrated Madonna)를 빅토리아 여왕이 고가에 구매하며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성공가도에 오르게 됩니다.

 

Cimabue's Celebrated Madonna

신고전주의의 화풍을 따른 그는 신화, 역사등을 주제로 작업했으며, 아울러 많은 인물화도 그렸습니다.

 

 

 

 

잘생긴 외모와 부유한 집안. 어린나이에 이룬 성공. 뛰어난 외국어 능력에 사교적인 성격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이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이로인해 그가 게이라거나 숨겨놓은 사생아가 있다는 등의 소문이 그를 따라다닙니다. 도로시 딘이라는 여인도 그 소문의 주인공 중 하나입니다.   

프레드릭 레이턴이 48세 때 20세의 도로시 딘을 만나게 되는데, 아름다운 이 여인은 그 이후 그의 그림에 자주 모델로 등장합니다. 

가난한 평민이였던 도로시 딘을 프레드릭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줍니다. 그녀의 부모님 사망 이후에는 그녀의 여동생들까지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 주었다고 합니다. 

가족이 없는 프레드릭 레이턴이 도로시 딘을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보살폈다는 설도 있고, 두 사람이 비밀스러운 연인관계였다는 설도 있지만, 그녀를 모델로 한 그림에서 화가의 따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걸 보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던 레이튼이 그녀를 많이 아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레이튼은 그녀와 그녀의 동생들에게도 많은 유산을 남겼으나 레이턴이 죽은 후 3년 뒤 도로시 딘은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프레드릭 레이튼은 화가 최초로 남작의 작위를 받았지만, 작위를 받은 지 하루 만에 협심증으로 사망해 최단시간 귀족 작위를 받은 사람으로 기록되었습니다. 

 

crenaia the nymph of the dargle

 

The Bath of Psyche

 

invocation

 

그의 많은 작품에서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고 따듯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프레드릭 레이튼의 눈에 비친 세상이 그토록 아름답고 따듯하지 않았을까요. 

Winding the sk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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