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루소(1844~1910)는 프랑스 북서부의 작은 도시에서 가난한 함석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시절 그는 성적이 좋지 않아 학교에서 유급을 당하기도 했으며, 19세에 취직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30프랑을 훔쳐
죄를 면해주는 조건으로 군대에 지원을 하게 됩니다. 군악대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복무했던 그는 아버지의 사망 후 가족들과 함께 파리로 이주합니다. 실질적 가장이었던 그는 파리의 말단 세관원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25세에 클레망스라는 여인과 결혼해 일곱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자녀들은 대부분 일찍 사망하였고, 아내 또한 몇 년 뒤 사망하고 맙니다. 아내와 사별 후 10년 뒤 조세핀이란 여인과 재혼하지만 이 여인 역시 4년 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미술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던 그는 41세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세관원 일을 하며 주말마다 그림을 그렸던 그는 살롱전에 출품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비웃습니다.
가끔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초상화를 부탁했던 의뢰인들 마저 본인을 닮지 않은 초상화에 기분 나빠합니다.
그가 그린 초상화들은 원근법과 비율이 전혀 맞지 않아서 초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줍니다. 그림을 받아봤을 의뢰인들의 기분이 어땠을지 이해가 가기도 하네요.
그래도 맨탈갑인 앙리 루소는 기죽지 않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은 최고의 화가이며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펠탑보다도 크고 열기구보다도 높이 우뚝 서있는 본인의 초상화에는 그의 화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앙리 루소의 작품에선 이국적인 정글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멕시코나 아프리카에 다녀왔다고 허풍을 떨었던 그였지만 실제로 그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프랑스를 떠났던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식물원과 동물원, 식물도감 등으로 그림을 독학한 그는 그의 캔버스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환상적인 정글을 그려나갑니다.
원근감 없는 잎들은 한 장 한 장 세밀하고 또렸하며, 크기 또한 제각각이라 도무지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이국적인 색감, 그림 상단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해와 달은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해 줍니다.
평단에서 놀림거리였던 그를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피카소였습니다
생전에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라고 말한 피카소. 그런 그에게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은 소박하고 순수한 앙리 루소의 그림은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피카소는 본인의 그림을 판 돈으로 앙리루소의 그림을 수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평단의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1910년 앵데팡당전에 출품한 "꿈"이라는 작품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루소가 그렇게도 염원했던 화가로서의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개별 요소를 따로 붙여서 완성한 듯한 원근감 없는 그의 그림은 후일 입체파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 최고의 화가임을 믿었던 사람.
손가락질당해도 주눅 들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간 사람.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그의 자질은 결국 그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관점마저 바꿔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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