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1864년 12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의 유명한 백작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까지는 유럽에서 귀족끼리의 근친혼이 성행하였고 앙리 드 툴루즈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사촌지간이었습니다. 유전적 질병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허약했던 그는 어린 시절 두 번의 하반신 골절로 인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150cm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인 남성의 상체에 어린 소년의 하반신이 그의 모습이었으며, 잘 걸을 수 없어서 평생 지팡이에 의지했어야 했다고 합니다. 

승마나 사냥 등 귀족들이 즐겨하는 활동적인 취미를 가질 수 없었던 그는 그림에 몰두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화가 친구인 르네 프랭스토에게 그의 미술 교육을 맡겼습니다. 그는 주로 가족과 하인들, 기르는 가축들을 즐겨 그렸으며 모델의 개성을 빠르고 멋지게 표현하는 뛰어난 데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후원으로 1882년엔 파리로 가서 아카데미 화가인 레옹 보나와 페르낭 코르몽에게 그림을 배웠습니다. 이 무렵 빈센트 반 고흐, 에밀 버나드와 친구가 되었으며 훗날 고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로트렉은 몇 날 며칠을 슬퍼했다고 합니다. 

1884년 로트렉은 몽마르트르로 작업실을 옮겼습니다. 

장애를 가진 로트렉을 아버지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며 그를 후계자로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크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는 화려한 몽마르트르의 밤문화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다른 화가들이 살롱에 입선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할 때 살롱은 관심 밖이었으며 그는 카페, 유흥가, 사창가를 제집 드나들 듯 오가며 술과, 창녀들과, 무용수들과 친구가 됩니다. 

밤문화에 취해있는 그에게 1889년 오픈한 댄스홀 물랑루주는 홍보용 포스터를 의뢰했습니다. 그가 891년 작업한 이 포스터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으며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여러 댄스홀의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명망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장애로 인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던 로트렉을 이해해 주는 것은 뒷골목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창녀와 무희들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멸시당한 비슷한 상처가 있어서일까요. 그녀들은 로트렉에게 친절을 배풀었으며,자신의 속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위의 두장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성과 남성이 아닌 두 명의 여성입니다. 로트렉은 작품에서 머리카락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매춘부들의 모습을 고되고 쓸쓸하게 그리기보다는 따듯한 위로를 가득 담아 그려내기를 택했습니다. 

20대 시절부터 독한 술을 즐겨마시며 창녀들과 즐겨 어울리던 그의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갔습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정신착란이 그를 찾아왔으며 매독에 걸렸습니다. 결국 그는 1901년 알코올 중독과 매독으로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인물들의 개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장기와, 다른 화가들의 다양한 회화적 표현법을 거침없이 차용해 자신의 작품에 적절하게 녹여내는 영민함은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신나게 춤을 추고 누군가에게 따듯하게 위로받는 그의 그림들처럼, 짧은 생이었지만 그의 삶도 나름 행복했기를 바래봅니다.